"한국은 카톡 지옥, 일본은 라인 지옥… 현대는 密告사회"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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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육복자 작성일17-12-28 10:51 조회2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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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표현.. 여기저기서 알림음이 꽤나 시끄러운건 사실!
일본도 비슷한 가 보네요!!
어울리네요~ ^^
'공각기동대' 오시이 마모루 감독
21세기 애니메이션展 참석차 방한
"난 페이스북·트위터 전혀 안 써… 영화감독은 예술가 아닌 예능가"
"저는 페이스북, 트위터, 라인 같은 소셜 미디어는 전혀 하지 않아요."
뜻밖이었다. 그가 만든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는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초(超)연결 사회'에 대한 묵시록(默示錄)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지금 세상이 원하는 방식대로 '연결'되는 일에 무관심했다. 인터넷 기반의 인공지능, 신체 보조 기계장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현실…. 오시이 마모루(押井守·66) 감독의 상상은 상당 부분 현실이 됐고, 그에겐 '비주얼의 철학자', '이미지의 예언자' 같은 별명이 붙었다. '21세기 재패니메이션 특별전 오시이 마모루 감독전' 참석차 방한한 그를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예술영화관 '아트나인 이수'에서 만났다.
오시이 감독은“도라에몽의‘어디든지 가는 문’이 있다면 자주 한국에 오고 싶다”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오시이 감독은 "공각기동대에서 주인공의 몸과 인터넷을 연결했던 건 수많은 케이블이었다. 지금은 모두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니, 그 둘은 본질상 같은 셈"이라고 했다. "종일 누군가와 연결돼 있지만 반대로 사회의식은 점점 폐쇄적으로 변하죠. 일본은 '라인 지옥', 한국선 '카톡 지옥'…. 모두가 숨 막혀 하면서 그냥 살아갑니다. 일상이 되면 문제를 발견하기 어려워지니까요. 눈치 못 챈 사이, 공각기동대의 암울한 비전은 이미 실현된 건지도 모릅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신과 응답을 끊임없이 강요하는 세상을 "감시 사회이자 밀고(密告) 사회"라고도 표현했다. "일방적 폭로, 비난, 집단 공격이 폭주하죠. 인터넷을 처음 만들 땐 풍요와 편리를 꿈꿨겠지만, 결과적으로 현재의 인터넷은 인간의 어두운 면이 더 강하게 발현되는 공간입니다." 요즘은 그의 영화 같은 문명 성찰적 작품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는 "가장 무서운 건 스스로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법을 잊는 것"이라고 했다.
오시이 감독은 '이노센스'(2004)로 칸영화제, '스카이 크롤러'(2008)로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작가주의 감독. 하지만 그는 "영화감독은 예술가나 작가가 아니라, 재주 팔아 먹고사는 '예능가(藝能家)'일 뿐"이라고 했다. "저는 망상하길 즐겨요. 철로변에 앉아 '저 위로 탱크가 다니면 어떨까', 신주쿠 거리에서 '독가스가 터지면 어떻게 될까'…. 도쿄 하늘 위 비행선이 독가스를 살포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를 만든 뒤, 옴진리교가 비슷한 짓을 저질렀죠. 공교롭게 적중했던 망상만 화제가 됐을 뿐입니다."
기억을 삭제당하고 신체 일부를 기계로 바꾼‘인간 병기’인 영화‘공각기동대’(1995)의 주인공 쿠사나기. 이 영화는‘매트릭스’‘제5원소’‘코드명 J’ 등 할리우드 사이버펑크 영화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디스테이션
미래는 그의 영화처럼 어두운 디스토피아로 향하는 걸까. '초등학생 아이에겐 스마트폰을 안 사주는 게 낫겠느냐'고 농담처럼 물었더니, 오시이 감독도 웃으며 답했다. "사줘도 될 것 같아요. 인간은 늘 어떤 상황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파국으로 가기 전에 전환점을 발견해왔거든요. 인간이 인터넷을 버리지는 않겠지만, 그걸 대하는 의식의 변화는 곧 찾아올 거라 생각합니다."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의 '공각기동대' 실사 리메이크작 '고스트 인 더 쉘'을 묻자, 그가 또 한 번 큰 소리로 웃었다. "스칼릿 조핸슨이 대단하더군요. 그 외에 얘기할 건 없네요."
오시이 감독은 이날 '스카이 크롤러' 상영 뒤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과 함께 한국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일본서 제 영화 회고전이 열리면 아저씨 관객뿐이었는데, 한국서 이렇게 많은 젊은 관객을 만나 기뻤다. 여러분의 힘을 받아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와 30년째 함께 일한 이시카와 미쓰히사 프로듀서는 "적어도 5년 안에 오시이 감독의 새 영화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행사장을 꽉 채운 관객들이 기다려온 기쁜 소식을 들은듯 한목소리로 환호했다.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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